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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하철 운임 4년째 ‘밥그릇 싸움’.. 정산못한 돈만 2천억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09 17:17

수정 2013.12.09 17:17

[단독] 지하철 운임 4년째 ‘밥그릇 싸움’.. 정산못한 돈만 2천억

40여년간 베일에 싸인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수도권 광역·도시철도 운임 정산방식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기관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락운임 정산(개인이 지하철을 환승할 경우 여러 운송기관들이 추후 계산을 통해 돈을 나눠갖는 방식) 기준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나마 지난 2009년 상반기까지는 1∼2년 단위로 기관 간 비공식 협의를 통해 돈을 정산해 배분했지만 지난 2009년 8월 이후부터 기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누적된 운임 미정산액만 22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3면

전문가들은 연락운임 정산 방식이 공전을 거듭할 경우 해당 공기관들의 재무제표 부실화 우려를 비롯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7개 기관들은 연초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연락운임 정산을 합리화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지만 보고서결과에 불만을 품은 기관들이 반발하면서 운임정산 불이행 사태가 벌어졌다.

본지가 9일 단독입수한 서울연구원의 '수도권 광역/도시철도 연락운임 및 일일정산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연구원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2년 말까지 최근 4년여간 7개 기관 사이에 누적된 연락운임 누적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3가지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7개 기관의 원만한 합의가 불발돼 이 중 5개 기관은 결국 일단 800억원대 정산금 방식을 놓고 1차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연구용역 내용을 토대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연구용역에 하자가 있다며 지급 거부에 나선 가운데 한국철도공사 등이 이들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

본지가 교통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00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간 누적된 연락운임 정산액을 추산한 결과 총 액수는 무려 2252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1년 감사원이 발간한 '지하철 공기업의 경영개선 실태에 관한 감사' 자료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4개 기관 사이에 발생한 정산금에 최근 4년치를 단순 합산해 뽑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철도 운영 사업자가 7곳으로 늘어난 데다 환승객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금액은 2252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연락운임 정산이 올스톱 상황에 빠지면서 수천억원이 장부상에만 기재될 뿐 실제 정산은 미뤄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소송에 앞서 이들 기관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중재신청을 냈으나 국토교통부 역시 마땅한 개입 방법이 없어 중재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연락운임 정산 미이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해당 공기관들의 재무구조 부실화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4년여 동안 연락운송의 정산기준이 없어 해당 기업들이 추정회계 처리한 점은 기업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라면서 "추후 정산기준이 마련된 후 회계상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도 해당 공기업들에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연락운임 정산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 사업자들로 구성된 대중교통통합요금시스템에 민자철도 사업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광역 도시철도 기관은 총 9개에 달하지만 운임정산 논란 탓에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은 협의체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문제는 수많은 도시철도 확충 계획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통합요금체계에서 배제돼 대중교통 수요자들의 피해와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김현 실장은 "우리나라 대중교통통합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산정기준을 정하지 못할 경우 대중교통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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